견디기 어렵게 뜨거웠던 여름도 어느덧 끝자락이네요. 새로운 계절을 앞두고 수고와 인내로 각자의 자리에서 땀 흘렸을 회원님들께 평화의 인사를 전합니다. 안녕하세요, 임보라목사기념사업회 사무국장 정유현 입니다.
2024년 5월, 초여름의 푸릇한 기운이 퍼지기 시작할 때쯤 임보라목사기념사업회에 운영위원으로 합류하게 되었습니다. 다양한 인연으로 임보라 목사님과 연결되어 있던 이들이 운영위원이라는 이름으로 모였고, 초록나무의 삶과 뜻을 이어가자며 부지런히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벌써 2년이 훌쩍 지났네요.
아직 각자 애도를 시작하지도 못했지만, 우리는 마음을 부여잡고 '일'부터 해야 했습니다. 초록나무가 만났던 이들과 초록나무를 알고 싶은 이들을 잇고, 초록나무가 해왔던 일들을 멈추지 않아야 했어요. 우리는 마음이 바빴습니다.
그러나 이미 모두가 쉼 없이 일하고 활동하는 이들. 기념사업회를 향한 애정 담긴 기대와 책임감을 받아, 실무를 촘촘하게 잇고 체계를 다져가기엔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2025년 4월 첫 창립총회를 마치고는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었지요. 안정적인 출발이 필요했습니다. 마침, 운영위원 중에서 쉼을 갖고 있던 사람이 저였어요. 녹색당이라는 정당에서 일하다 쉬면서 숨 고르기를 하던 차였습니다.
운영위원들의 도움 속에서 9월부터 비상근 사무국장으로 일하게 되었습니다. 초기에 해야 할 단체 설립과 회계/회원 체계 정도만 마련하고 슬그머니 빠지려 했는데, 어느덧 일 년이 지났네요. 저 혼자가 아니라 8명의 운영위원이 각자 일을 나누고, 사람들을 잇고, 서로를 돌보며 왔기에 가능했습니다.
그럼에도 마음이 너무 앞섰기 때문일까요? 초록나무의 뜻을 더 많이 연결하지 못한 것 같아 초조할 때가 많았습니다. 시간이 가고, 사람들의 기억이 흐릿해지는 것이 아쉽기도 했지요. 더 자주 회원님들과 소통하지 못한 것도 내내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그래도, 두 번째 총회, 초봄 추모 행사, 이어 말하기, 숲터전만들기 워크숍, 하늘 뜻 아카이빙, 무지개 공부 모임, 사회적 심방, 송년회까지... 임보라목사기념사업회는 서두르지 않고 길게 호흡하며 가기 위해, 씨앗을 뿌리는 과정을 보내고 있습니다. 나무가 자라고 커다란 숲이 될 때까지, 앞으로 더 많은 이들이 연결되고 만나게 되기를 바랍니다.
초록나무를 기억하며 응원해 주시는 회원님들 덕에 임보라목사기념사업회는 이렇게 두 번째 해를 보냅니다. 그리고 저는 이 여름을 끝으로 사무국장직을 내려놓고, 더 가볍고 질긴(?) 마음으로 오래 함께하고자 운영위원으로서 활동을 이어갑니다. 새롭게 오게 될 사무국장님을 소개할 날을 기다려주세요!
임보라목사기념사업회와 함께 해주시는 회원님들의 삶에 평화와 다정한 위로가 깃들기를 바라며, 감사의 마음을 보냅니다.
감사합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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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픔이 있는 곳이 세상의 중심'이라던 임보라 목사의 삶을 기억하고 기록하는 아카이빙 활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했습니다.
아카이빙은 '우리 곁의 초록나무' 임보라목사기념사업회의 근간이 되는 사업입니다. 고인이 남긴 흔적을 한데 모으고, 누구나 찾아볼 수 있는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는 일입니다. 품도 시간도 비용도 많이 듭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시간과의 싸움입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기억은 옅어집니다. 생전의 그를 잘 알던 이들을 만나 이야기 듣는 일도 미룰 수 없습니다. 지금 기록하지 않으면, 다시 물을 수 없는 것들이 있습니다.
임보라 목사의 활동은 성평등, 노동, 평화, 생태를 아우릅니다. 정의를 위해 싸우는 이들의 현장에 늘 함께했기에 남은 기록도 그만큼 방대합니다. 하늘뜻펴기 설교문과 각종 연설문, 기고문, 개인 컴퓨터에 남은 메모, 투쟁 현장과 일상을 담은 사진들이 있습니다.
이 기록을 모으는 일은 우리 곁의 초록나무가 숲을 이루게 하는 일입니다. 차별과 낙인으로 고통받는 이들 곁에서 변화를 만드는 시작이기도 합니다. 임보라 목사의 기록을 과거에 남겨두지 않고 지금의 자리에서 다시 읽어낼 때, 그것 또한 누군가에게 희망이 될 수 있지 않을까요?
191회의 '하늘 뜻 펴기' 설교문부터 시작합니다
현재 사업회의 재정으로는 모든 기록물을 아카이빙하기 어렵습니다. 그렇다고 기록을 이대로 둘 수는 없습니다. 우선 2013년 9월 8일부터 2023년 1월 15일까지, 섬돌향린교회 유튜브 영상에 남아 있는 191회의 '하늘 뜻 펴기' 설교문을 녹취하고 기록하려 합니다.
아카이빙은 기록하는 데서 끝나지 않습니다. 이후의 관리에도 비용이 듭니다. 어디에서도 지원받기 어려운 상황이라, 임보라 목사를 기억하는 분들의 십시일반으로 첫걸음을 떼려 합니다.
임보라 목사의 하늘 뜻 펴기가 다시 시작될 수 있도록, 아카이브 구축을 위한 모금에 함께해 주세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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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 심방 왔습니다.
임보라목사기념사업회의 또 하나의 사회운동 지원사업, '사회적 심방'이 무엇인지 묻는 분들이 계십니다.
사회적 심방은 '가서 만나는' 일입니다. 여러 사회 현장에 함께하며 곁을 만들고 힘을 모아냈던 임보라 목사의 활동을 이어가겠다는 다짐입니다. 사회운동의 현장을 교계와 연결하고 지원하는 일이자, 임보라 목사가 실천해 온 사회적 심방의 정신을 계승하는 일입니다. 장기 투쟁 현장을 방문하고, 현장 활동가와 당사자를 만나 간담회를 엽니다. 연대 발언과 메시지를 전하고, 함께 기도하며 기억하는 시간을 나눕니다.
첫 번째 심방, 변희수재단
지난 7월 25일 토요일, 임보라목사기념사업회 김수산나·김하나·자캐오·정민석 운영위원과 변희수재단 활동가 여섯 분이 한자리에 모였습니다.
처음 마주하는 자리였습니다. 활동명과 이름을 나누고, 각자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소개하며 모임을 열었습니다. 종교와 관계없이 고통받는 이들의 곁을 지켰던 임보라 목사의 이야기를 전하고, 기념사업회가 그 일을 사회적으로 이어가려 한다는 맥락에서 사회적 심방의 의미를 나누었습니다.
기념사업회가 변희수재단을 가장 먼저 찾아가고 싶었던 이유도 함께 이야기했습니다. 국가인권위원회에 소송으로 맞서야 했던 지난한 시간, 신앙을 앞세워 반동성애를 외치는 이들 때문에 더 험난했던 여정 끝에 마침내 재단을 설립한 일을 축하하고 싶었다고 고백했습니다. 그 전에, 개신교인으로서 죄송하다는 말씀을 먼저 드렸습니다.
재단이 준비위원회로 출발할 때부터 이어져 온 트랜스젠더 당사자 모임이 기댈 수 있는 산처럼 느껴져 감사했다는 마음, 개신교를 향한 우려와 그동안의 어려운 경험들도 오갔습니다. 개신교뿐 아니라 성소수자를 환대하는 곳을 찾아볼 수 있는 '종교계 무지개 지도' 사업이 필요하겠다는 이야기도 나왔습니다. 변희수 님이 소천하셨을 때 임보라 목사가 희수님의 고양이를 찾으러 갔던 이야기도 함께 꺼내 놓았습니다. 서로가 있어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는 마음으로 자리를 마쳤습니다.
초록나무가 우리에게 그랬던 것처럼, 양손 가득 먹거리를 들고 마주 앉은 시간이었습니다. 조심스레 귀 기울이고 끄덕이며, 서로의 존재에서 용기를 얻었습니다. 트랜스/젠더퀴어 당사자로 겪어 온 고민, 특히 각자의 자리에서 부딪혀 온 기독교 신앙과의 갈등을 들려주면서도, 앨라이 그리스도인이자 목회자들과의 만남을 즐거워하던 얼굴들이 오래 남습니다. 우리는 그렇게 초록나무에게 배운 사회적 심방을 시작했습니다.
다음 심방지는? 여러분의 자리입니다.
사회적 심방은 계속됩니다.
기념사업회는 언제든 갈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오래 싸우고 있는 농성장이든, 이제 막 시작한 작은 모임이든, 지쳐서 누군가와 이야기 나누고 싶은 자리든 상관없습니다.
만나고 싶은 곳이 있다면 연락 주세요. 저희가 찾아가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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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 안에도 트랜스젠더가 있습니다."
임보라목사기념사업회는 트랜스젠더·젠더퀴어 당사자의 이야기를 듣고, 함께 어울려 환대하는 교회를 만들기 위한 〈숲 터전 만들기〉 사업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3월 트랜스젠더 가시화의 날 연대의 자리에 이어, 이번에는 교회와 각자의 방식으로 관계를 맺어 온 트랜스젠더·젠더퀴어 청소년과 청년들이 모여 '트랜스젠더와 함께하는 교회 매뉴얼'을 직접 만들었습니다. 세 조가 각기 다른 매뉴얼을 만들었지만, 겹치는 한 문장이 있었습니다.
"교회 안에도 트랜스젠더가 있습니다."
너무 당연한 말이 여전히 당연하지 않은 곳에서, 그 자리에 함께한 참여자 라스(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님이 후기를 보내주셨습니다.
(후기 계속해서 읽으시려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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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영위원 모꼬지를 다녀오면서…
강화의 하늘이 왠지 더 푸르게 느껴지는 날이었다. 넓은 들녘은 더욱 평화롭게 보이고, 옹기종기 좁은 차 안에서 끊임없이 이어지는 수다와 즐거운 웃음들... 무언가 더하지 않아도 충분한 그런 시간이었다. 내 기분 탓인가? 비록 짧은 여행이지만 바쁜 주일을 보내고 좋은 사람들과 함께한다는 설렘이 나는 참 좋았다.
서울을 벗어나 구불구불 산길을 들어가니 편안하고 고요함이 느껴지는 곳 심도학사. 처음 들어서는 이곳이 늘 조급함에 두근대던 내 심장을 차분하게 만든다.
'우리 곁의 초록나무' 임보라목사기념사업회 운영위원들의 쉼이 있는 여행.
하루하루 미션을 수행하듯 치열하게 보내는 운영위원들을 보면 늘 마음이 짠했는데, 일들을 한편으로 밀어놓고 이렇게나마 쉼표를 찍는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 모른다. 그동안 어쩌면 우리는 아프고, 힘들고, 그리운 마음들을 동력으로 지금까지 달려왔을 것이로 생각하니 '그래 쉬어도 돼!'라고 어깨를 토닥여주고 싶다.
심도학사를 운영하시는 경일님의 손길이 이곳저곳 느껴지고 오래된 서적들의 냄새가 적당한 무게감으로 들뜬 우리를 안착하게 한다. 경일님이 안내한 곳에서 정갈하고 푸짐한 밥을 먹고 바다 위 구름 사이로 오묘하게 드러나는 저녁노을을 여유롭게 바라보는 것도 꿀맛 같은 후식이었다.
산속에 짙은 어둠이 드리운 저녁 시간, 우리는 동그랗게 모여 앉아 조심스레 서로의 이야기를 꺼내는 시간을 보냈다. 초록나무를 보내고 남은 사람들은 그간 어떻게 슬픔을 달래며 왔는지, 지금의 마음들은 어떤지 살펴보기로 했다. 각자의 마음이 다 다르지만 우리는 서로를 안전하다고 느꼈고, 아늑한 공간 안에서 내밀한 이야기들을 꺼내 놓았다. 슬픔을 담담하게 풀어내고, 여전히 긴장한 몸을 느끼고, 남겨진 사람으로 살아가는 책임감에 짓눌려 왔던 이야기들을 우리는 그저 바라봐 주었다. 우리가 어떤 시간을 지나온 건지… 아득해지곤 했다.
다음 날 아침, 경일님의 정성 담긴 아침을 넙죽 받아먹고 강화의 바다와 들녘을 사이로 둑길을 걷는 고행?을 시작했다.
아직 더운 햇볕을 받으며 풀과 수많은 벌레를 만나며 걷는 길에 이건 쉼이 아니라며 우스갯소리로 투정하는 유쾌한 체크체크 유현님, 평소에는 만나지 못하는 곤충 생명들에 신기해하는 수산나님, 푸릇한 풍경에 감탄하다가 언제까지 가야 하냐며 채근하는 목소리들이 이곳저곳에서 쏟아진다. 그 와중에 저 앞에서 수다가 끊이질 않는 자캐오님, 늘 조곤조곤 이야기하시지만 운전할 땐 상남자인 경일님의 수다 마라톤에 우리는 감탄 또 감탄.
그 옆에서 그저 늘 사람 좋은 허허 웃음에 마음을 녹게 만드는 민석님, 싱그러운 몸짓과 이야기로 분위기 이끄는 나영님. 이 사람들의 사랑스러운 모습때문에 그 자체로 쉼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부득이 함께 하지 못한 이들이 아쉽고 그립다. 따뜻하고 단단한 시선의 글로 함께해 주는 은혜님, 바쁘고 지친 일상을 달리면서도 사람들의 마음 돌봄에 기꺼이 진심을 다하는 하나님, 모두가 고마운 얼굴들이다.
초록나무를 기억하고 그리워하고 함께 걷기를 이어가겠다고 마음 모아 주신 많은 분들 덕분에 저희 운영위원들 따뜻하고 생기 있는 시간 잘 보내고 왔습니다. 고맙습니다^^
노은아 임보라목사기념사업회 운영위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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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원자 인터뷰 | 장애여성공감 이진희 대표·조화영 활동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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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다 서로의 나무가 될 수 있도록" - 기도를 다르게 한 사람, 임보라를 기억하며
기념사업회 발족식에서 잊지 못할 축하 공연을 선물해 준 장애여성공감. 임보라 목사는 이곳의 후원회원이었습니다. 지난 5월 21일, 장애여성공감 이진희 대표와 조화영 활동가를 만났습니다. 화영 님은 장애여성공감 활동가이면서 한때 섬돌향린교회에 다니기도 했습니다. 두 시간 가까이 이어진 대화는 자주 웃음으로, 또 몇 번은 눈물로 멈췄습니다.
🌿 임보라 목사님을 처음 만났던 날이 기억나시나요?
이진희: 2013년이었던 것 같아요. 차별금지법이 발의됐다가 철회 압박을 받던 때, 국회 앞마당에서 피케팅을 하는데 저쪽에서 기독교 세력들이 "우리 며느리가 남자라니" 같은 말로 혐오를 쏟아내던 시기였어요. 그때 목사님이 그쪽을 가리키면서 "이 독사의 혀! 사람을 존중하지 않는 그것은 하나님의 말씀이 아닙니다. 독사여, 멈추시오"라고 발언하시는 거예요. 깜짝 놀랐어요. 독사? 성경에 그런 말이 있나요? (웃음) 연극배우처럼 우렁차게 딱 꼬집으셨어요. 우리를 괴롭히는 조건을 저렇게 시원하게 비판하는 순간, 오히려 평온함과 치유의 마음이 생기더라고요. 그 어떤 욕보다 시원했어요. 기독교인에게 그들의 언어로 똑같이 돌려주시는 모습. 그러면서 의지하게 된 거죠.
조화영: 2018년쯤 목사님이 장애여성공감을 '하늘 뜻 펴기'에 초대해 주셨던 날이 기억나요. 그전에도 집회에서 자주 뵀어요. 호루라기 불고, 차별금지법 투쟁할 때. 2015년인가 그랬어요. 뒤에 따뜻한 기운이 있어서 돌아봤는데 깃발이 보였어요. 진한 핑크색. 글씨를 봤는데 '섬돌'이라고 적혀 있어서. 목사님이 뒤에서 지켜 주셨던 거예요. 힘들지 않게, 옆에서 지켜 주신 거예요. 너무나 감사하… 울지 않기로 했는데. (안 울기) 힘들잖아요. 차별금지법부터 장애인의 날 투쟁까지 곳곳에 출동, 늘 다 오셨어요. 목사님은 언제든 나타나는 목사님이니까요. 늘 뒤에서 지켜 주는 목사님.
(후원자 인터뷰 계속해서 읽으시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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